서울의 한 철학관. 의자에 앉으면 선생님은 먼저 종이와 펜을 꺼냅니다.
"몇 시에 태어나셨어요?"
모른다고 하면 펜이 멈춥니다.
"어머니께 전화해 보세요. 기다릴게요."
대만에서도 거의 같은 일이 벌어집니다. 태어난 시간을 모른 채 시작하는 감정은 어딘가 반쪽 취급을 받습니다.
그런데 일본에 오면 공기가 달라집니다. 잡지의 점 페이지도, 스마트폰 점 앱도, 넣는 건 생년월일뿐. 시간을 묻지 않은 채 결과가 깔끔하게 나옵니다.
처음 이 차이를 알았을 때, 저는 꽤 놀랐습니다. 같은 간지를 쓰는데, 왜 이렇게 다를까요.
같은 날 태어난, 두 명의 갑목
먼저 시간이 얼마나 큰지 보겠습니다.
같은 날, 같은 갑(甲) 일에 태어난 두 사람이 있다고 합시다. 한 사람은 아침 6시쯤, 다른 한 사람은 저녁 6시쯤 태어났습니다.
아침 사람은 자기 말과 힘으로 길을 뚫고 나가는 쪽으로 읽히기 쉽습니다. (시주는 정묘(丁卯). 십신으로 상관과 겁재입니다)
저녁 사람은 배움을 쌓고, 정해진 틀 안에서 신뢰를 쌓아 가는 쪽으로 읽히기 쉽습니다. (시주는 계유(癸酉). 정인과 정관입니다)
생일은 완전히 같습니다. 다른 건 태어난 시간뿐. 그런데도 명식의 마지막 한 기둥이 이렇게 다른 얼굴을 보여 줍니다.
숫자로 말하면, 사주는 여덟 글자이고 시주는 그중 두 글자, 전체의 4분의 1입니다. 글자 하나의 몫도 여덟 글자면 8분의 1, 여섯 글자면 6분의 1. 같은 한 글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약 25% 달라집니다. 물론 여덟 글자의 무게가 모두 같지는 않아서, 옛 책은 일간과 태어난 달을 먼저 무겁게 봅니다. 그래도 시주가 다른 기둥과 맺는 관계까지 생각하면, 시간이 빠질 때 잃는 것은 작지 않습니다.
사실, 일본에서도 시간은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일본 사람들은 자기가 태어난 시간을 모르는 걸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일본에서는 태어난 시간이 모자수첩(母子手帳)에 적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가 태어나면 부모가 받는 수첩으로, 출산 기록이 함께 남습니다. 일본의 사주 선생님들도 시간을 모르는 사람에게는 먼저 모자수첩을 찾아보라고 권합니다.
일본에서도 시간을 알 단서는 충분히 있는 셈입니다. 그런데 왜, 시간을 묻지 않는 점이 이렇게 퍼졌을까요.
일본에는 또 하나의 흐름이 있었다
답의 실마리는 일본에 두 개의 흐름이 있다는 데 있습니다.
하나는 사주추명(四柱推命). 한국의 사주, 중화권의 팔자와 같은 뿌리이고, 원칙적으로 네 기둥을 모두 씁니다.
다른 하나는 산메이가쿠(算命学). 같은 간지를 쓰면서도 처음부터 태어난 시간을 쓰지 않는 체계입니다. '천중살'이라는 말로 알려진 바로 그 점입니다. 자세한 건 일본 편에서 쓰겠습니다.
제 가설: 간편함이 시대를 만났다
여기부터는 아직 가설 단계의 이야기입니다. 다 확인하지 못한 부분까지 포함해, 지금 제가 생각하는 바를 적습니다.
생년월일만으로 보는 점은 누구나, 어디서나, 바로 자기 답을 낼 수 있습니다. 모자수첩을 찾을 필요도, 부모님께 전화할 필요도 없습니다.
잡지의 점 페이지나 TV의 점 코너처럼 많은 사람이 동시에 읽는 자리에서는, 이 간편함이 큰 힘이 되었을 것입니다. 지면에 생년월일 조견표 한 장만 실으면 독자 모두가 스스로 답을 낼 수 있습니다. 태어난 시간까지 필요한 점으로는 그게 안 됩니다. 시간을 쓰지 않는 체계가 사주추명과 나란히 일본에서 널리 사랑받아 온 것은, 그 간편함이 시대와 잘 맞았기 때문이라고 저는 봅니다.
반면 한국과 대만에서는 점이 지금도 일대일로 마주 앉는 상담의 형태로 강하게 남아 있습니다. 눈앞의 한 사람을 위해 시간까지 물어 명식을 세운다. 그 자리의 형태가 시간을 중시하는 습관을 지켜 온 것인지도 모릅니다.
어느 쪽이 맞을까
"그럼 일본식은 틀린 거냐"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제가 강의에서 줄곧 말해 온 것은, 옛 해석은 그 시대의 삶을 전제로 나온 말이라는 것입니다. 구조는 같아도, 그것이 드러나는 통로는 시대마다 다릅니다.
나라도 마찬가지입니다. 같은 명리가 어떤 길로 들어와, 누구에게 배워지고, 어떤 자리에서 쓰여 왔는지에 따라 무엇을 무겁게 보는지가 달라졌습니다.
틀린 것과 다른 것은 구별해야 합니다.
다섯 곳, 다섯 개의 길
이 특집에서는 다섯 곳의 명리를 차례로 살펴봅니다.
일본: 에도 시대의 한 유학자가 중국의 명리서를 소개했고, 이후 여러 유파를 거치며 사주추명과 산메이가쿠가 나란히 자랐습니다.
한국: 조선에서는 나라가 시험으로 명과학 관원을 뽑았습니다. 제가 선생님들께 들어 온 바로는, 양반가에서도 혼인 때문에 집안의 배움으로 이어졌고, 한국전쟁 뒤에는 생계를 잇기 위해 발전했습니다.
중국 대륙: 1949년 이후 크게 위축되었다가, 개혁개방 이후 다시 민간과 출판으로 돌아왔습니다.
대만: 본래 있던 민간 전통 위에, 바다를 건너온 사람과 책이 더해졌습니다.
홍콩: 중국 각지의 사람과 유파가 모인 상업 도시입니다. 제가 보아 온 바로는, 아주 정밀하게 다듬어진 곳입니다.
저는 한국에서 20년 넘게 명리를 배웠고, 지금은 대만과 홍콩의 명리를 배우러 대만에 와 있습니다. 대만 다음에는 일본에서도 배울 생각입니다. 그래서 이 차이가 늘 궁금했습니다.
일본 사람에게는 모자수첩이, 한국 사람에게는 부모님의 기억이 있습니다. 내 명식의 아직 보지 못한 4분의 1이, 거기 남아 있을지도 모릅니다.
命鏡은 이렇게 읽습니다
命鏡은 태어난 시간까지 넣어 여덟 글자를 모두 세우고, 태어난 곳의 경도로 시각을 보정합니다. 그 위에서 같은 기질을 가졌던 역사 인물들이 그 시대에 어떤 길을 골랐는지 보여 드립니다.
시간을 모르셔도 괜찮습니다. 세 기둥으로 볼 수 있습니다. 성향 질문 다섯 개에 답하면, 전통 해석에 비추어 가까운 시간대 후보를 제안해 드리기도 합니다. 다만 이것은 추정일 뿐, 실제 출생 시각을 알아내는 기능은 아닙니다.
命鏡의 해석은 전통 해석과 역사 기록에 바탕을 둔 읽을거리이며, 미래를 예언하거나 보장하지 않습니다.